1. 서론
유연전자(flexible electronics)는 기존의 딱딱한 실리콘 기반 소자가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고, 전자 기능을 다양한 형태와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로 주목을 받아왔다[1–3]. 초기 연구들은 주로 기계적 유연성과 전기적 안정성을 확보한 센서[4–6], 트랜지스터[7–10], 간단한 회로[11,12] 구현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이러한 기술은 웨어러블[13,14], 헬스케어[15,16] 환경 모니터링[17,18] 등 응용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전자 시스템의 가능성을 열었다. 그러나 기존 유연전자소자는 대부분 기존 회로나 센서 기능을 재현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정보 처리나 학습, 보안 등 고차원적 기능의 구현은 제한적이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종이 기판(paper substrate)이 주목받고 있다. 종이는 셀룰로오스 기반의 다공성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유연성(flexibility), 친수성, 생분해성(biodegradability)과 같은 특성을 동시에 갖는다[19–22]. 또한 저비용 인쇄공정 및 용액공정과의 높은 호환성 덕분에, 회로, 센서, 메모리 등 다양한 전자소자를 간단히 제작할 수 있다. 종이 기판은 단순한 유연성 확보를 넘어, 환경적 지속가능성과 생체적합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친환경 전자소자 플랫폼으로서의 잠재력을 지닌다[23–25].
종이 기판 기반 전자소자는 논리회로, 바이오센서, 센서, 메모리[26] 등 기존 기능 중심의 응용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러한 단순 기능을 넘어 지능형(intelligent), 보안형(secure), 적응형(adaptive) 응용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광에 반응하는 포토 메모리(photo memory), 고유한 무작위 특성을 이용한 물리적 복제 방지 기능(PUF), 진정한 난수 발생기(TRNG), 그리고 뇌의 학습 기능을 모사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소자들이 그 예이다. 이는 종이 기반 전자소자가 단순한 측정 도구에서 벗어나 정보 처리와 보안, 학습 기능을 수행하는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기술적 흐름 속에서, 종이 기판 기반 유연·인쇄전자소자의 구현과 응용에 대한 최근 연구동향을 종합적으로 정리한다. 특히, 논리회로와 바이오센서에서 시작하여 포토 메모리, 뉴로모픽 소자, 보안 응용으로 확장되는 기술적 진화를 중심으로 논의한다. 또한 종이 기판이 지닌 재료적·공정적 장점뿐만 아니라, 향후 해결해야 할 한계(예: 습도 민감성, 전극 안정성, 해상도 제약)와 미래 응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함께 고찰한다.
2. 본론
일반적으로 전자소자는 실리콘, 유리, 혹은 플라스틱 기판 위에서 제작되며, 이러한 기판은 높은 평탄성과 공정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굽힘이나 신축 등 변형 환경에서 사용이 제한적이다. 특히 AI 컴퓨팅, 논리회로 및 연산회로와 기계적 유연성과 일회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통합된 응용에서는 이러한 경질 기판의 활용이 어렵다. 이에 반해 종이 기판은 낮은 탄성계수와 우수한 기계적 유연성을 지녀, 굽힘이나 접힘 같은 변형 하에서도 전극 균열이나 층간 박리 없이 안정적인 전기적 연산이 가능하다[27,28]. 또한 다공성 표면 구조에서 비롯된 높은 흡수성과 친화성은 스핀코팅 및 진공 증착 등 제작 공정에서 재료의 젖음성과 접착성을 향상시킨다[29,30]. 이러한 물리·화학적 특성은 박막의 균일한 형성과 안정적인 적층을 가능하게 하여 공정 호환성과 소자 신뢰성을 동시에 개선하며, 유연성 자체가 회로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플라스틱 유연기판과 뚜렷이 차별화된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종이 기판 소자는 저전력·친환경·유연 플랫폼으로서, 논리 회로, 센서 융합형 연산 소자나 스마트 패키징, 단발성 진단 소자 등 다양한 응용이 구현되었다[31,32].
2021년 Luis Pereira 그룹은 스크린 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전해질 게이트 트랜지스터(EGT)를 종이 기판 위에 구현하였다(Fig. 1(a) 및 Fig. 1(b))[31]. 연구팀은 트랜지스터 구조를 인플레인 게이트 구조로 채택하고, 소스, 드레인, 게이트와 같은 전극은 단일 스크린 프린팅 공정으로 동시에 인쇄하였다. 이러한 제작 기법은 층간 정렬이나 반복 인쇄와 같은 복잡하고 시간 소모적인 후속 공정 단계를 줄임으로써, 전체 제작 공정을 크게 단순화시킬 수 있다(Fig. 1(c)). 이를 바탕으로 연구팀은 일반 사무용 종이 위에서 재활용 및 유연성을 지닌 저전압 구동 NOT, NAND, NOR 논리회로를 제작하였다(Fig. 1(d)). 측정된 NOT, NAND, NOR 논리 회로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논리 회로의 출력 전압(VOUT)은 부하 저항(RL) 50 kΩ, 공급 전압(VDD) 1.5 V의 조건에서 500 mHz 사각파 입력에 원활하게 동작함을 확인하며, 종이 기판에 안정적인 논리 회로를 구현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Fig. 1(e)). 또한, VDS=1.2 V를 인가하고, ZnO EGT를 구부린 상태에서 측정된 전기적 특성을 통해, 종이의 유연성이 회로의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였다(Fig. 1(f)).
또 다른 최근 예시로는 Zahra Rafiee 등 연구팀은 종이 기반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기본 논리 회로를 제작하였다(Fig. 1(g) 및 Fig. 1(h)) [33]. 연구팀은 종이 기판 위에서 NAND, AND, NOR, OR 논리 회로를 성공적으로 구현하였으며, 각각의 논리 회로는 세 개의 p형 트랜지스터와 세 개의 n형 트랜지스터로 구성되었다. NAND 회로는 두 개의 p형 트랜지스터를 병렬로, 두 개의 n형 트랜지스터를 직렬로 연결하여 구성되었고, 그 출력을 인버터 회로(하나의 p형 및 n형 트랜지스터로 구성)에 연결하여 AND 회로로 동작함을 확인하였다(Fig. 1(g)). 유사하게, NOR 논리 회로는 두 개의 p형 트랜지스터를 직렬로, 두 개의 n형 트랜지스터를 병렬로 연결하여 제작되었으며, 인버터 회로를 추가함으로써 OR 논리 회로로 변환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Fig. 1(h)). 입력 전압 A와 B를 각각 2 V(논리 ‘1’) 와 0 V(논리 ‘0’)로 설정한 조건에서, 모든 논리 회로는 10 V의 구동 전압에서 동작하였다. 측정된 각각의 회로들은 논리 연산의 진리표에 일치하는 출력을 나타냈다. 예를 들어 NAND 논리 회로는 하나 이상의 입력이 ‘0’일 때 ‘1’을, NOR 논리 회로는 입력 중 하나라도 ‘1’일 때 ‘0’을 출력하였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종이 기반 트랜지스터 기술이 디지털 회로 구현에 충분히 활용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하였으며, 해당 접근법이 저전력·친환경 논리 회로 플랫폼 적절함을 확인하였다.
기존의 바이오센서들도 주로 실리콘, 유리, 또는 고분자 필름과 같은 단단한 기판 위에서 제작되어 왔다. 이러한 소재들은 높은 평탄도와 우수한 공정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유연한 변형이나 피부 밀착성이 요구되는 환경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인체나 조직과 직접 접촉해야 하는 웨어러블 센서의 경우, 이러한 경질 기판은 기계적 변형을 완충시키거나 분산시키지 못해 신호의 정확성과 장시간 착용 안정성에서 한계를 보였다. 반면, 종이는 다공성 셀룰로오스 섬유로 구성되어 있어 가볍고, 유연하며, 우수한 생체적합성을 지닌다. 또한 친수성과 모세관 효과를 통해 체액을 별도의 펌프 없이 이동시킬 수 있어, 비침습적 체액 진단에 매우 적합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연적 특성은 효소나 나노 입자의 고정화에도 유리하여, 단순한 구조로도 색 변화 감지나 전기화학적 분석을 구현할 수 있다[34,35]. 따라서 종이 기반 바이오센서는 유연성, 생체적합성, 그리고 저비용성을 동시에 갖춘 친환경·일회성 플랫폼으로서,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이나 휴대형 진단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36–38].
Shanghai Jiao Tong University의 Kan Wang 연구팀은 종이 기반 3D 오리가미 구조의 땀 센서를 설계하였으며, 이 센서는 피부에서 분비된 땀을 모세관 현상을 이용해 감지 영역으로 유도함으로써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바이오센서이다[39]. Fig. 2(a) 및 Fig. 2(b)는 센서의 구조적 개념과 원리를 나타낸다. 다층으로 접힌 필터 종이 구조의 하부 수집층에 흡수된 땀은 전극층과 색 변화 감지층에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각 유로는 종이와 왁스로 패턴화된 친수성·소수성 채널로 구성되어 유량 및 반응 순서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각 분석물질의 화학적 성질을 기반으로 반응 시간을 제어하였다. Fig. 2(c)는 포도당, 젖산, 요산의 검출 동작 원리를 나타낸다. 각각의 분석물질들은 산화효소와 HRP가 연계된 산화효소-HRP 연쇄 반응에 의해 감지되며, 기질의 산화 과정에서 생성된 과산화수소(H2O2)는 TMB를 산화시켜 청색의 산화형 TMBox로 변환되며, 이 색의 강도를 통해 분석물의 농도를 정량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pH 센서는 pH 3–8 범위에서 노란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하며, Mg2+ 센서는 Eriochrome Black T (EBT) 지시약이 Mg2+ 이온과 화합물을 형성함으로써 청색에서 보라색으로 변화하는 반응을 기반으로 동작하게 된다. Fig. 2(d)에서 포도당, 젖산, 요산, Mg2+, pH에 대한 실제 검출 결과를 제시했으며, 포도당과 요산은 최대 250 µM, 젖산은 25 mM, Mg2+ 이온은 5 mM, 그리고 pH는 3~8의 넓은 범위까지 안정적으로 검출되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제안된 바이오센서가 색 변화 기반 감지를 통해 우수한 정량성과 감도를 확보했음을 입증한다. 결과적으로, 종이 기반 3D 오리가미 센서 구현을 통해 효소 반응과 지시약 반응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여 비침습적 체액 분석을 실현하였으며, 다양한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안정적으로 검출할 수 있는 종이 기판 기반 저비용·일회성 바이오센서로서 높은 응용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24년 Xiufeng Wang 그룹에서는 피부 부착형 이중 유체 종이 기반 소자를 설계하여 땀의 유량과 주요 바이오마커를 동시에 정량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시하였다[40]. Fig. 2(e)는 전체 소자의 구조를 보여준다. 바이오소자의 구성중, 중앙의 필터 종이층은 두 개의 독립적인 미세 유체 채널로 구분되어 있으며, 하나는 땀의 유량을 정량화 하는 V-channel, 다른 하나는 바이오마커를 분석하는 B-channel로 작동한다. 이러한 양 유체 구조는 땀의 흐름을 공간적으로 분리함으로써 기능 및 유속 모니터링과 화학적 검출을 동시에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Fig. 2(f)는 종이 기반 미세 유체 네트워크의 동작 원리를 나타낸다. 다공성 셀룰로오스 섬유구조로부터 유도되는 모세관 현상을 활용하여, 피부 표면에서 생성된 땀이 별도의 외부 구동원 없이 종이 채널 내부로 자가 유도되어 이동한다. V-channel은 염료 이동 거리를 기반으로 땀의 총 유량을 계산하며, B-channel은 잉크젯 프린팅으로 고정된 시약이 땀 속 특정 분석물과 반응하면서 색 변화를 일으킨다. Fig. 2(g)는 땀의 분비 속도와 누적량 확인을 위한 동작 원리을 보여준다. 종이 채널 내의 유속은 모세관 압력과 유로 길이에 의해 일정하게 유지되며, 일정 시간 동안 선형적으로 유량이 증가한다. 또한 폐쇄형 종이 채널 구조는 증발 손실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외부 환경 변화에도 안정적인 유동과 반응이 유지되도록 한다. Fig. 2(h)는 땀 속의 염소 이온 및 포도당을 색 변화 기반으로 정량 검출한 결과를 보여준다. 염소 이온의 경우 Ag2CrO4 기반 시약이 Cl−과 반응하여 붉은색에서 무색으로 변하며, 포도당의 경우 프러시안 블루 전환 반응을 통해 청색 강도가 농도에 비례하여 변화한다. 이러한 색상 변화는 스마트폰 카메라나 광학 스캐너를 통해 정량화 할 수 있으며, 두 바이오마커 모두 실제 땀 환경에서 우수한 선형성과 감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Xiufeng Wang 그룹이 제안한 종이 기반 양 유체 소자는 땀의 유속·유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면서 동시에 바이오마커를 정량 검출할 수 있는 통합형 플랫폼으로서, 외부 전원이나 복잡한 회로 없이도 구동 가능한 자가 구동형 종이 마이크로플루이딕 시스템을 제시했다.
최근 2020년 이후로 이러한 종이 기판의 고유한 물리·화학적 특성을 활용하여, 감지(sensing)를 넘어 정보 저장과 기억기능을 구현하려는 새로운 응용에 대한 시도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빛 자극에 의해 데이터의 쓰기·지우기·유지가 가능한 포토 메모리 소자를 종이 위에서 구현함으로써, 기존의 단순 센싱 플랫폼을 정보 저장이 가능한 소자로 확장할 수 있다. 종이의 다공성 셀룰로오스 구조는 전하 트랩(charge trap)과 광활성층(photoactive layer)의 계면 안정성을 향상시켜, 비휘발성 데이터 저장 특성을 부여하며, 저전력 구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종이의 기계적 유연성과 생분해성은 반복적인 휨(bending)이나 접힘(folding)에도 안정적인 메모리 동작을 유지하게 하며, 사용 후 전자 폐기물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종이 기반 포토 메모리 소자는 웨어러블 전자기기나 일회성 진단 시스템에 직접 집적될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유연 데이터 저장 소자로서, 차세대 저전력 정보처리 하드웨어 구현에 새로운 응용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41–43].
2024년 이러한 예시 중 하나로 한양대학교 유호천 교수 연구팀은 유연 종이 명함 기반 포토 메모리를 구현하고, 광 파장에 따라 메모리 상태가 변하는 인터버를 시연하였다[42]. Fig. 3(a)는 제안된 포토 메모리의 전체적인 개략도와 동작 원리를 보여준다. 이레이징 과정에서 게이트에 높은 음전압이 인가되어, DNTT 채널의 정공이 터널링을 통해 pNDI-SVS 플로팅 게이트로 주입된다. 이로 인해 플로팅 게이트 내부에는 양전하가 축적되고, DNTT 트랜지스터의 전이곡선이 음의 게이트 전압 방향으로 이동한다. 프로그래밍의 경우, 양의 전압을 게이트에 인가한 조건에서 빛을 조사하면 채널 또는 플로팅 게이트에서 생성된 광 캐리어 중 전자는 게이트 전계에 의해 플로팅 게이트로 터널링되고 정공은 채널로 수송된다. 그 결과 플로팅 게이트 내의 전자 축적량이 증가하며, 전이곡선은 양의 게이트 전압 방향으로 이동한다. 이러한 동작 원리는 DNTT 채널과 pNDI-SVS 플로팅 게이트의 흡수 스펙트럼 중첩 구간에 기인하며, 455 nm, 530 nm, 660 nm 순서대로 전하 축적 및 전이곡선 이동이 강하게 일어난다(Fig. 3(b)). 제안된 포토 메모리 소자의 유연성 및 안정성을 제시하기 위해서, 곡률이 45°인 곡선 상태로 고정하여 전달 곡선을 측정하였다. 소자에 외부의 힘이 가해졌음에도 불구하고, Fig. 3(c)에서 볼 수 있듯이 원래 형태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연구팀은 Fig. 3(d)에 표시된 요약된 성능 지수를 통해서 정량화된 비교를 제시하고자 하였으며, 응력과 반복 측정에서도 VTO, SS, 온-오프 전류비가 유지되는 것을 입증하며, 장치의 안정적인 작동 동작을 강조하였다.
2025년에는 플로팅 게이트 없이 두 개의 상이한 절연막을 이용한 포토 메모리 소자를 구현했다(Fig. 3(e))[43]. 이 소자는 별도의 플로팅 게이트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두 절연막 계면 사이에 전하 트랩이 유도된다. 이를 위해 유기 채널이 광에 반응하는 특성을 활용하여, 455 nm 파장의 청색 광을 인가한 상태에서 양의 게이트 전압을 가함으로써 프로그래밍 동작을 수행하였다. 이때 광에 의해 생성된 전자-정공 쌍 중 전자는 절연막 계면으로 주입 및 트랩되어 VTO의 이동이 유도된다. 반대로, 이레이징 동작은 –50 V의 음의 게이트 전압을 인가하여 트랩된 전자를 방출한다(Fig. 3(f) 및 (g)). 설계된 동작 원리를 증명하기 위해서 전기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초기 상태, 프로그래밍 상태, 그리고 이레이징 상태가 뚜렷하게 구분되었으며, 특히 프로그래밍 시 VTO가 10 V 이상 양의 방향으로 이동함을 통해 전자의 트랩을 입증하였다(Fig. 3(h)). 또한, 광과 전압을 동시에 인가한 경우 11 V의 VTO 이동이 관찰되어, 전압 또는 광 단독 인가 시보다 훨씬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를 통해서 광과 전압의 동시 자극이 절연막 계면 내 트랩 형성하여 메모리 성능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뚜렷하게 입증하였다.
최근 몇 년간 종이기판은 단순한 센싱플랫폼을 넘어, 논리 회로, 비휘발성 메모리, 바이오 센서 등 다양한 기능성 전자소자의 구현 기판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러한 진전은 종이의 유연성, 저비용, 생분해성, 그리고 인쇄공정과의 높은 호환성과 같은 장점으로 인해 가능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이 더욱 확장되어, 종이 위에서 뉴로모픽 소자 즉, 인간의 신경망 기능을 모사하는 지능형 하드웨어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는 종이가 단순한 전자회로의 물리적 지지체에 머무르지 않고, 지능적 정보처리가 가능한 차세대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종이의 다공성 셀룰로오스 구조는 전하 트랩 및 이온 이동에 유리하여, 시냅틱 전도도 변화와 같은 뉴로모픽 특성을 구현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종이와 같은 플렉서블 기판의 기계적 유연성은 굽힘이나 접힘과 같은 외부 변형에도 안정적인 전기적 응답을 유지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곡률에 따라 시냅틱 응답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설계 자유도를 제공한다[44,45]. 이처럼 종이 기반 뉴로모픽 소자는 기존의 로직·메모리·센서 응용을 넘어, 지능적 학습 및 적응형 기능을 통합할 수 있는 친환경·저전력 하드웨어 플랫폼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이러한 접근은 향후 웨어러블 인공지능, 휴대형 엣지 컴퓨팅, 그리고 일회성 생체 인터페이스 등의 응용 분야에서 지속 가능한 뉴로모픽 하드웨어 구현의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46,47].
2025년 한양대학교 유호천 교수팀은 종이 기판 중에서도 지폐 위에 PEDOT:PSS, PVK, SnO2, Ti를 사용해서 뉴로모픽 컴퓨팅 소자를 구현하였다(Fig. 4(a) 및 (b))[46]. Fig. 4(a)에서 보듯이, –0.01 V 조건에서 265 nm 광을 0.8 s 간격으로 조사하고 3 s dark 펄스를 인가하여 potentiation을 유도하였다. 반대로, 동일 조건에서 0.8 s dark 펄스와 3 s light 펄스를 인가하여 depression을 구현하였다. 지폐 기반 뉴로모픽 소자의 동작 원리는 Fig. 4(c)에 잘 나타나 있다. 광이 조사되면 SnO2 나노입자 내부 및 SnO2/PVK 계면에서는 전자 및 정공쌍이 생성되고, 생성된 전자 중 일부는 SnO2 표면의 산소공공(oxygen vacancy) 결함에 트랩되어 점진적인 전류 변화가 유도되기 때문에, 외부의 전압이 없을 때는 트랩의 정도가 약화되어 광센서 특성을 나타낸다(Fig. 4(d)). 따라서, 저전압 조건에서의 시냅틱 전도도 변화를 통해 지폐 기반 뉴로모픽 소자의 시냅스 모사 가능성을 확인하였다(Fig. 4(e)). 또한, 광 펄스의 세기, 폭, 간격을 조절하여 단기기억(STP)과 장기기억(LTP)을 모두 구현하였다. 짧은 간격의 연속 광 펄스 인가 시에는 잔류 전하에 의한 PPD 현상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펄스 파라미터 제어를 통해 선형적인 potentiation-depression 특성을 확보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높은 얼굴 인식률을 달성하였다(Fig. 4(f)). 이러한 결과는 전하의 트랩과 디트랩 과정이 시간적으로 누적되며, 시냅틱 가중치가 자극 이력에 따라 변화함을 실험적으로 증명하였다.
종이기판의 뉴로모픽 소자 개발에 대한 최근 보고된 예시로 유연한 종이 명함 기판 위에 TiO2-x NR를 증착하고, 그 위에 pentacene과 C60 유기 반도체를 순차적으로 적층하여 광 뉴로모픽 소자를 구현한 사례도 있다(Fig. 4(g))[47]. 이 소자는 종이 기반에서도 안정적인 전자적 및 광 응답 특성을 보이며, 유연한 플랫폼에서의 뉴로모픽 응용 가능성을 제시한다. 소자의 작동 동작 원리는 에너지 밴드 정렬을 기반으로 한다. Pentacene과 C60 사이에는 엇갈린 밴드 구조가 형성되며, pentacene의 HOMO와 C60의 LUMO 간 1.2 eV의 에너지 차이가 발생한다(Fig. 4(h)). 이러한 구조는 최대 800 nm 파장까지의 빛을 흡수할 수 있게 하며, 광 조사 시 서브 밴드갭 전이를 통해 전자–정공 쌍이 생성되고, 생성된 전자–정공 쌍은 이종접합 계면의 밴드 차이로 인해 효율적으로 분리되어, 재결합보다 전하수송이 촉진되어 광전류가 형성된다. 이 과정에서 pentacene 내 결함 상태와 TiO2-x NR-pentacene 계면의 결함에 광 생성 캐리어가 트랩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러한 트랩과 디트랩 과정이 시냅스의 장기 가소성 (long-term potentiation)을 유도하는 주요 동작 원리로 작용한다. 광 시냅스 특성확인을 위해 500 nm 파장(0.46 mW·cm–2)의 빛 펄스를 100회 인가했을 때, PSC가 점진적으로 증가하여 21 pA까지 상승하였다(Fig. 4(i)). 반대로 400 nm 파장에서는 동일 조건에서 PSC가 21.3 pA에서 10.3 pA로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소자가 흥분과 억제 반응을 모두 모사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Fig. 4j). 또한 시냅스 배열 기반의 시각적 맵을 통해 출력 뉴런이 이미지를 정확히 분류함을 확인했는데, 20회 학습(epoch) 후 인식률은 83.3%에 도달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종이 기반 유기 이종접합 구조가 효율적인 학습 및 인지 기능을 구현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Fig. 4(k)). 본 논문에서 다룬 종이 기판 기반 유연 전자소자의 특성, 유형 및 응용 사례는 Table 1에 요약하였다.
| Materials | Type | Fabrication method | Main figure of metric | Ref. |
|---|---|---|---|---|
| ZnO NPs | Logic device | Screen printing | Logic gate: NOT, NAND, NOR | [31] |
| TIPS pentacene PDI | Logic device | Ink-jet printing | Logic gate: AND, NAND, OR, NOR | [33] |
| Oxidase/Horseradish litmus/BPB EBT PB | Biosensor | Drop-casting | Target analytes: glucose, lactate, uric acid, Mg2+, cortisol | [39] |
| Ag2CrO4 PB | Biosensor | Ink-jet printing | Target analytes: Cl−, glucose | [40] |
| DNTT/parylene/pNDI-SVS | Photo memory | Evaporation Spin coating | Detection wavelength: 455–660 nm | [42] |
| DNTT/parylene/pBDDA | Photo memory | Evaporation | Detection wavelength: 455 nm | [43] |
| SnO2 NPs/PVK | Neuromorphic device | Spin coating | Recognition accuracy: 91.7% | [46] |
| TiO2-x NRs/pentacene/C60 | Neuromorphic device | Evaporation | Recognition accuracy: 86% | [47] |
3. 결론 및 전망
초기에는 저전압 구동과 신호 감지, 전하이동도 등 기초적인 응용에 집중되었으나, 현재는 인공지능 하드웨어, 적응형 학습 소자, 그리고 보안 및 신뢰성 중심의 응용으로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트랜지션은 종이 기판이 제공하는 독특한 물리적 구조와 인쇄공정의 자유도를 기반으로, 광 메모리, 물리적 복제 불가능함수[48–52], 진정 난수 발생[53–56], 뉴로모픽 시냅스 소자 등 새로운 소자군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센서와 연산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결합하는 센서-컴퓨팅 개념 역시 활발히 연구되며, 환경 적응형·지능형 전자시스템의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향후 종이 기반 전자소자의 발전은 단순히 유연성이나 저비용을 넘어, 자율적 학습과 정보보안, 환경 적응성, 생체 인터페이싱을 포함하는 새로운 지능형 하드웨어의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이를 위해 재료 안정성, 집적 공정, 전극 적합성, 등 아직 남아 있는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이 기판 친환경성과 다기능성을 바탕으로, 차세대 지속가능한 인공지능 하드웨어(sustainable AI hardware)으로 확장될 것으로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