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소프트 로봇 기술은 기존의 강성 로봇과 달리 유연한 재질을 사용하여,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도를 지니고 환경과 유기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1]. 따라서 착용형 소자(wearable device)나 의공학적 환경 등 인간-기계 상호작용이 강조되는 영역에서, 소프트 로봇은 그 활용이 강조되며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큰 장점에도 불구하고, 연속체 형태의 액추에이터나 센서들로 이루어진 로봇 시스템을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으로 연결하고 감각을 부여하거나 제어하기는 매우 어렵다[2]. 따라서 유연 전자 및 웨어러블 분야에서 발전해 온 다양한 기술이 소프트 로봇에 활발히 적용되어가고 있다[3]. 이 중에서도 특히 생체의 근육과 신경과 유사한 섬유 형태의 소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4-6]. 그중 특히 전도성 섬유는 착용형 소자나 유연 소자에서 신축성 전극이나 센서 등으로 널리 연구되어 오고있으며[6], 그 활용도가 다양한 만큼 앞으로 연성과 신축성이 강조되어야 하는 분야의 로봇 기술의 발전에 기여 할 것으로 기대된다[5].
본 원고에서는 이러한 전도성 섬유에 주목하여, 최근의 전도성 섬유 기술들이 어떻게 소프트 로봇의 구동과 감각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 그 동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단일 재료 기반 전도성 섬유 기술(액체금속, 전도성 고분자), 복합 재료 기반 전도성 섬유 기술(복합 섬유형 구동기와 센서), 그리고 전도성 섬유의 제조 공정별 기술을 차례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전도성 섬유가 소프트 로봇의 유연성, 신축성, 내구성 및 지능화에 기여하는 바를 고찰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소프트 로봇 구동 및 감각을 위한 전도성 재료 기반 섬유 기술
소프트 로봇의 인공근육, 인공신경, 유연 센서로 활용되는 전도성 섬유 기술들을, 본 논문에서는 특히 연성 재료에 집중하여 재료의 유형별로 분류하여 그 작동 원리와 대표적인 응용 사례를 정리하고자 한다.
액체금속은 대표적으로 갈륨 합금(Ga-In 등)으로 구성되며, 실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금속이다. 액체금속은 금속에 필적하는 높은 전기전도성과 동시에 유체 특유의 기계적 유연성을 지니므로, 연성 전자소자와 소프트 로봇에 이상적인 전도성 재료로 평가된다[7]. 특히 액체금속을 섬유 형태로 구현하면 외부 스트레인(변형)에도 전도성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내부 전도 경로의 손상 시에도 금속액 방울이나 금속액체 층이 변형하며 재결합하여 자가치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액체금속 섬유는 소프트 로봇의 유연 전극, 신축 센서 등에 널리 응용된다. 예를 들어, 액체금속을 신축성 폴리머 관에 주입하여 만든 액체금속 섬유 전선은 수백 퍼센트의 연신 변형에도 전기 저항 변화가 거의 없고, 안정적으로 작동한다[8]. 또한 액체금속 미세입자를 고분자 매트릭스에 혼합한 액체금속 복합섬유는 반복 변형에도 도체 경로가 유지되어 내구성이 크게 향상된다[9].
액체금속 섬유의 두드러진 응용 중 하나는 자가발전 에너지 하베스터 및 자가센서 분야이다. 예컨대, 액체금속 전극을 섬유 내부에 탑재한 트라이보전기(마찰전기) 발전 섬유는 최대 560%까지 신축하면서도 수백 볼트의 높은 전압을 발생시켜 외부 동작을 감지하거나 에너지를 수확할 수 있다[10]. 이 연구에서 Dong 등은 열인발 공정을 통해 표면에 미세 주름 구조와 다중 액체금속 전극을 통합한 섬유를 제작하여, 섬유를 직물로 직조했을 때 손으로 잡아당기는 등의 움직임으로 최고 490 V, 175 nC의 출력을 얻어 100개의 LED를 점등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이러한 액체금속 섬유 기반 직물은 사람이 착용한 상태에서 자가발전 센서로 동작하여 호흡이나 관절 움직임을 전원 없이 모니터링하는 데 활용되기도 하였다.
또한 액체금속의 전도성을 활용한 복합섬유는 대량공정을 해도 균일하며, 안정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즉 수 미터 단위의 공정을 하여도 그 전도성이 금속의 것임에 따라, 신뢰도가 높아 신호전달 혹은 대형 구조체의 전기적 연결에서도 활용될 수 있음이 증명되었다[9,11]. 특히 외부 압력이나 변형에 따른 내부 전도도 변화가 작아 신뢰성 높은 전도 경로를 제공하므로, 장기간 안정적인 유연 소자 연결 및 모니터링에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액체금속의 특성들을 활용한 시스템들은 대면적에서도 유연함과 안정적인 정도성을 갖추는 성능을 보이며,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와 같이 대형 유연 전자 시스템에서 그 활용도가 돋보인다(Fig. 1a). 이러한 방향의 연구에서는 탄성 고분자 매트릭스에 갈륨 기반 액체금속 미립자를 균일 분산시킨 복합 섬유를 제조하여, 늘림 변형이 수백 퍼센트 이상에서도 초기 저항 변화가 거의 없는 인장-안정(strain-invariant) 섬유를 제시하였다[11]. 또한 이러한 성능을 기반으로 이 섬유를 직물에 함께 사용하게 되면 대면적에서도 유연한 전기적 회로를 실현하고, 제어 및 센싱 신호를 전달하는 것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인 바 있다.
이처럼 액체금속 섬유는 소프트 로봇에 필요한 유연하면서도 안정적인 전도 경로를 제공하여, 소프트 로봇의 신축 센서 네트워크나 웨어러블 에너지 하베스터 구현에 크게 기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도성 고분자는 고분자 사슬 자체가 전자를 전도할 수 있는 물질로, 금속이나 탄소재료 대비 유연하고 화학적으로 다양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어 주목받는다[12]. 그 중 PEDOT:PSS(poly(3,4-ethylenedioxythiophene): polystyrene sulfonate)는 전자전도성 고분자인 PEDOT에 이온전도성인 PSS가 복합된 소재로, 전자와 이온을 모두 전도하며 인체 친화적이어서 소프트 로봇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다[13]. PEDOT:PSS 기반 섬유는 용액 방사, 코팅, 인쇄 등으로 제작 가능하며 신축 센서, 유연 전극, 발열체 등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Fig. 1b)[14-16].
전도성 고분자 섬유를 인공근육에 적용한 대표 사례로 2017년 Maziz 등이 보고한 직물형 인공근육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PEDOT:PSS를 포함한 전도성 폴리머 액추에이터 섬유를 뜨개질 및 직조 기법으로 직물 형태로 구성하여, 전기 자극에 따라 수축․이완하는 직물 근육을 구현하였다[17]. 이러한 섬유 근육은 유연한 직물 구조 덕분에 인체에 부착하거나 착용하는 형태의 소프트 로봇에 자연스럽게 통합될 수 있었다. 한편, PEDOT:PSS 섬유는 이온 액츄에이터로서 낮은 구동전압에서 팽창․수축하는 성질도 활용된다[18]. 예를 들어, 코일 모양으로 감은 PEDOT:PSS 섬유 번들은 수 볼트의 전압 인가만으로 전기화학적 팽윤에 의해 수축력을 발휘하며 인공근육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고분자 인공근육은 전도성 고분자의 조성이나 미세구조를 제어하여 성능을 높일 수 있는데, 이온액체 첨가나 섬유 내부 나노섬유 형성 등을 통해 응답 속도와 내구성이 향상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전도성 고분자 섬유는 웨어러블 센서 및 발열 소자 등 트랜스듀서로도 실용화가 가까운 기술이다. Li 등은 PEDOT:PSS 미세섬유를 습식방사로 제조한 후 직물 장갑에 직조하여 온도 감지 및 Joule 발열 장갑을 선보였다[16]. 이 스마트 장갑은 손가락과 손등 부위에 직조된 PEDOT:PSS 섬유 덕분에, 차가운 물컵과 뜨거운 물컵을 쥘 때 발생하는 섬유의 온도차로부터 전압을 발생시켜 온도를 감지하고, 역으로 섬유에 수 볼트 전압을 흘려 발열함으로써 손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도 있었다. Fig. 1은 이러한 전도성 고분자 섬유 기반 스마트 장갑의 개념과 작동 모습을 보여준다. 이처럼 전도성 고분자 섬유는 섬유 자체의 전기적 응답을 통해 소프트 로봇의 구동기 겸 센서로 이중 기능을 수행할 수 있으며, 직물 등의 형태로 웨어러블 소프트 시스템에 쉽게 통합될 수 있다.
탄소 나노소재의 높은 전도성과 고분자 소재의 유연성을 모두 갖춘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이들을 복합재료로 결합하는 연구또한 활발하다[6,19]. 특히, 탄소나노튜브(CNT)나 그래핀 등의 탄소 나노물질은 자체가 높은 전기․열 전도도를 가지며 필러자체의 이방성 형태로 섬유 내부에 쉽게 전기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 단일 섬유의 고유 한계를 극복하는 첨가재로 널리 사용된다[20-22]. 이러한 섬유들은 고분자 소재의 유연성과 고분자 네트워크 속에 형성된 탄소 나노물질의 전도 경로를 활용해 높은 전도성을 보장하되 기계적으로 유연한 전도경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웨어러블 로봇이나 센서 등에서 적응력이 강한 전도 경로를 이루는 연구들이 활발하다.
이 중 흥미로운 접근으로, 형상기억 고분자와 같이 능동형 재료에 전도성 필러를 복합한 섬유를 이용하면, 전기적인 입력으로 섬유의 강성 또는 형상을 조절할 수 있다. Li 등은 CNT를 함유한 형상기억 폴리머 용액을 습식방사하여 길고 유연한 복합 섬유를 제작한 후, 전기적 Joule 발열로 섬유의 온도를 올려 미리 프로그래밍한 형태로 변형되는 형상기억 섬유 인공근육을 시연하였다[23]. 이 복합 섬유는 가는 직선 형태에서 코일 형태로 스스로 변화하며 약 0.3 MPa 이상의 인장응력을 발휘하여 무게 추를 들어올릴 수 있었고, 냉각 시 원래 형태로 복원되어 반복 사용이 가능하였다. 이러한 나노필러를 고분자 매트릭스에 균일하게 분산시키면, 섬유의 기계적 강도가 보강되고 전기전도 경로가 연결되어 구동 및 감지 성능이 향상된다.
이렇듯 탄소나노튜브나 그래핀등을 포함하는 복합섬유는 열전도 및 전기적 전도에 유리하여, 형태 기억 고분자나 액정엘라스토머(LCE) 등의 열활성형 소프트 액추에이터의 발열체 및 전기적 전도경로로 활용된다[23,24]. 부가적으로 CNT가 적외선(NIR)를 흡수하여 발열하는 광열 효과도 이용되어, 복합섬유에 레이저나 IR 조사를 통해 비접촉 원격 구동을 실현하기도 한다. He 등은 전도성 CNT를 함유한 LCE 복합 나노섬유를 전기방사로 제작하고 신장-고정-자기정렬 과정을 거쳐 섬유상 액추에이터를 구현하였는데, CNT 함량에 따라 Joule 발열 및 NIR 응답성이 증가하여 광구동 속도와 수축력이 향상됨을 보였다[25].
또한 복합섬유 내부의 탄소필러의 배열을 제어하여 전기적, 기계적 재료 특성에 방향성을 나타내게 프로그래밍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26-29]. 이러한 결과는 탄소 필러 기반의 전도성 복합섬유를 통해 수동적으로는 유연하지만 전도성이 높으며, 필요시 의도하는 구조체에 적합하게 방향성이 있는 기계적 특성을 부여하거나 혹은 강성의 의도적 제어까지 고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도성 섬유는 부피가 작고 유연하여 착용형 또는 로봇 내장형 센서로 적합하다[5]. 탄소필러 기반 복합재료 전도섬유는 특히, 필러가 형성하는 전도성 네트워크의 구조와 밀도를 조절함에 따라 스트레인(변형), 압력, 온도 등의 외부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증강되므로 고감도 섬유 센서를 구현하기 유리하다. 가장 널리 연구된 예는 전도성 나노필러를 섬유에 첨가하여 전기적 펄콜레이션(percolation) 네트워크를 형성한 스트레인 센서이다. Zhou 등은 탄성 고분자 바깥에 CNT 층을 코팅한 동축 구조 전도섬유를 개발하여 신축 변형에 따라 저항이 크게 변하는 센서를 구현하였다[30]. 이 CNT-엘라스토머 동축섬유는 최대 100% 이상의 인장 변형에서도 전도 경로가 유지되면서 일정 범위 내 선형적인 저항 변화를 보여, 웨어러블 스트레인 센서로서 손가락, 관절 등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유사한 탄소 기반 복합재료를 사용한 섬유형 센서는 섬유 자체가 가늘고 유연하므로 일반 의류나 장갑에 삽입하거나 자수 형태로 부착하여도 착용감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세탁과 반복 마찰에도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음이 연구되었다. 이를 통해 전도성과 우수한 순응력을 기반으로 무리없이 착용자의 환경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측정해내 면서도 그 안정성이 확보된 스마트 의류가 가능해짐을 보였다(Fig. 1c)[31].
이와 같이 전도섬유는 여러 물리량을 측정이 용이한 전기 신호로 변환하-전달하는 트랜스듀서로, 또 전기적인 입력을 필요한 곳에 전달하거나 열 등의 자극으로 전환하는 소자로 이미 활용성이 크게 보이고 있으며, 특히 섬유 구조의 유연성과 구조적 자유도 등을 함꼐 고려하면 소프트 로봇, 인공 신경망, 웨어러블 의료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구성 요소로 고려되어야 한다.
3. 전도성 섬유의 제조 공정 및 기술
소프트 로봇에 요구되는 길이 확장성, 구조적 복잡도, 다기능 집적 가능성을 기준으로 전도성 섬유의 주요 제조 공정들을 정리하여, 각 공정이 소프트 로봇 시스템의 구성에 어떤 측면에서 활용될 수 있는지 구체화하고자 한다.
열인발 공정은 굵은 다층 막대(프리폼, preform)를 가열한 후 연속적으로 뽑아 가는 방법으로, 길고 가는 다기능성 섬유소자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다 (Fig. 2a)[31,32]. 본래 광섬유 제조에서 발전된 공법이지만, 최근 전자소자들을 공정 중에 섬유에 삽입하거나 섬유 내부의 재료 배치를 통한 다기능성 섬유를 만드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33]. 열인발 공정의 장점은 수십 미터 이상의 균질한 구조 섬유를 뽑아낼 수 있는 스케일 업과, 여러 재료를 한 섬유 내에 동시 집적할 수 있는 설계 자유도다. 예를 들어 Dong 등의 연구에서는 탄성 폴리머 내부에 액체금속 마이크로채널과 반도체 입자가 주기적으로 배열된 다층 구조를 프리폼으로 구성한 뒤 한 번에 열인발하여, 센서와 도체가 길게 연속 연결된 스마트 섬유를 제작하였다[10]. 이 섬유는 길이 방향으로 여러 위치에서 빛과 압력을 감지하는 분포형 센서로 동작함과 동시에, 액체금속 전극을 통해 각 센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망 역할을 하였다.
열인발 공정은 이처럼 구조적으로 복잡한 전자섬유를 한 번에 만들어낼 수 있으나, 사용되는 재료들의 온도 안정성과 점성 등의 제약이 있다. 일반적으로 섬유의 겉껍질(cladding) 역할을 하는 폴리머는 열가소성으로 가공 온도가 낮고 유리전이점이 뚜렷한 재료가 선택되며, 내부 삽입 재료들도 이 온도 범위 내에서 물성을 유지해야 한다. 또한 인발 속도, 온도 구배 등을 정밀 제어하여야 원하는 치수와 형태를 얻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인발 공정은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 중 길이가 가장 길고 구조적 복잡도가 높은 전도성 섬유소자를 만들 수 있는 유망한 방법으로 손꼽힌다. 수백 μm 직경의 섬유 속에 센서, 구동기, 전극이 모두 들어있는 “로봇 실(robotic string)” 개념도 가능해진 것이다. 향후에는 열인발 공정으로 제작한 섬유를 직물 형태로 조직하여 소프트 로봇의 구조 자체를 거대한 센서 겸 구동 네트워크로 만드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도성 잉크를 사용한 인쇄 기반 섬유 제조는 자유로운 형상 설계가 가능한 점이 장점이다. 특히 직접 잉크 쓰기(DIW) 나 멤브레인 필터 프린팅 등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면, 전도성 물질과 고분자를 혼합한 잉크를 노즐로 압출하여 1차원 섬유 형태의 구조체를 적층할 수 있다(Fig. 2b)[34,35]. 인쇄 공정은 재료 배합과 공정 조건을 조절함으로써 기하학적으로 복잡한 섬유 구조도 비교적 손쉽게 제작할 수 있어, 앞서 소개한 다기능 섬유를 만들기 위한 새로운 경로로 주목받고 있다[36].
Kotikian 등은 DIW 프린팅을 활용하여 액체금속 심지와 액정엘라스토머 피복으로 이루어진 이너베이티드(innervated) 섬유형 액추에이터를 보고하였다[37]. 이 섬유는 내부 액체금속 채널을 따라 Joule 열이 발생하면 주변 LCE가 수축하여 섬유가 길이 방향으로 크게 수축하는 인공근육으로 동작하였고, 다시 온도를 내리면 원상태로 복원되었다. 특히 섬유 내부에 액체금속 전극이 있기 때문에 별도 센서 없이도 전기저항 변화를 통해 섬유의 변형 정도를 자체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었으며, 이를 폐루프 제어에 활용하여 일정 하중 하에서도 정밀한 수축 제어를 달성하였다. 이러한 프린팅 섬유액추에이터는 소재 조성과 프린팅 경로를 바꾸어 가며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앞 절에서 언급한 Cai 등의 연구에서는 자기입자를 포함한 LCE 잉크를 DIW로 적층하여 섬유형 구동기를 제작하였고, 직물 형태로 교차 프린팅하여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하였다[38].
한편, 프린팅 기반 섬유 제조는 아직 해상도와 속도 면에서 한계가 있어 대량생산 공정으로 자리 잡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소재 개발과 프린터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차 더 가는 직경(수십 μm 이하)의 전도성 섬유도 인쇄로 구현되고 있으며, 복잡한 3차원 직물 구조의 프린팅도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진보는 맞춤형 소프트 로봇 직물을 빠르게 제조하거나, 개별 로봇 구조에 꼭 맞는 형태의 섬유 센서․구동기 패턴을 직접 프린팅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섬유 방사(spinning) 공정들은 전도성 섬유 제작에도 그대로 응용되고 있다(Fig. 2c)[11,39-42]. 습식방사(wet spinning), 용융방사(melt spinning), 전기방사(electrospinning) 등은 각각 용액 또는 용융 상태의 고분자를 가느다란 노즐로 압출하여 섬유를 얻는 방식이다. 이러한 공정들을 통해 탄성 고분자에 전도성 필러를 혼합한 복합섬유나, 전도성 고분자 용액을 직접 방사한 순수 전도성 고분자 섬유 등이 폭넓게 연구되었다[11,16].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PEDOT:PSS 기반 섬유는 응고욕(coagulation bath)을 이용한 습식방사로 수십 미터 길이로 연속 제작되었으며, 후속 세척․인장 공정을 통해 전기전도도 ~2,200 S/cm의 높은 성능과 우수한 기계적 물성을 확보하였다.
전기방사는 수 나노미터 지름의 극세 섬유 매트를 형성할 수 있어 주로 나노섬유 웹(web) 센서나 여과막 소재로 활용된다. 그러나 전기방사로 만든 전도성 나노섬유 직물을 비틀어 한 가닥의 실처럼 만든 후, 이를 소프트 로봇 센서로 적용한 예도 있다[43,44]. 한편, 용융방사나 건식방사 등은 대량 생산에 유리하여 전도성 복합섬유 상용화에 연구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방사 공정들은 각각 제조 가능한 섬유의 지름, 길이, 소재 범위에 차이가 있으므로, 목표로 하는 소프트 로봇 응용에 맞추어 적절한 공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4. 결론
본 원고에서는 소프트 로봇에 적용되는 전도성 섬유 기술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았다. 액체금속 기반 섬유, 전도성 고분자 섬유, 그리고 탄소나노물질이나 자성입자를 포함한 복합 섬유까지 다양한 전도성 섬유들이 연성 로봇의 신경과 근육 역할을 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전도성 섬유는 선형 1차원 형태로 유연성과 신축성이 뛰어나고, 직물이나 편물 등으로 매크로 구조화하기도 용이하여 소프트 로봇의 웨어러블 구현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한 본래 웨어러블 전자나 에너지 소자로 개발된 기술이라 하더라도, 소프트 로봇의 구동기/센서로 응용하면 의외의 성능 향상을 보이거나 새로운 기능을 창출하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어, 액체금속 섬유는 전자피부 센서로 쓰일 때보다 소프트 로봇 관절의 자가전원 감지에 활용될 때 변형에 따른 내구성과 신호 품질 면에서 큰 이점을 보였다. 전도성 고분자 섬유 역시 스마트 섬유 패션용으로 개발된 기술들이 소프트 로봇의 미세 구동이나 인체 친화형 인터페이스에 접목되며 새로운 연구 방향을 열고 있다.
향후 전도성 섬유 기반 소프트 로봇 기술은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섬유 내부에 보다 복잡한 소자를 통합하여 로봇의 지능화에도 기여하는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실제 환경에서 소프트 로봇이 오랜 기간 동작할 수 있도록 섬유의 내구성과 환경 저항성을 향상시키는 소재 공학이 중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기능성 섬유를 직물 시스템으로 통합하여 소프트 로봇의 몸체를 구현하는 공정과 설계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예컨대 직조나 자수 공정 등을 통해 섬유 센서/구동기/배선을 하나의 섬유 네트워크로 결합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한다면, 전도성 섬유를 이용한 소프트 로봇은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 재활 및 헬스케어 로봇, 인간 증강 인터페이스 등에 폭넓게 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